멋진 아호를 하나 지어 보았습니다.

by 김범회 posted Dec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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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  
며칠 전에 지은 저의 아호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에 살아서 둔촌으로 지었습니다. 그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아서.

그리고, 한자 뜻은 싹이 나올, 나무싹 둔, 불 땔, 밥 지을 촌의 의미를 살려서 <나무싹이 나오도록 계속 장작불을 때서 밥을 짓고 있네.>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일견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이지만 나무싹의 의미와 장작불의 의미, 밥의 의미 등을 이렇게 저렇게 떠올려 보며 혼자서 참 좋아했습니다.
절대 불을 꺼뜨리지 않고 맛있는 밥을 짓겠다고 다짐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처음에 아호를 지으려고  둔촌동의 한자 뜻을 찾아보니 달아날 둔, 촌스러울 촌 마을 촌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 보다는 저의 삶을 너무나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의미라서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항상 힘들때마다 숨어버리고, 달아나 버렸던 저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라서 저는 또다시 달아나버렸습니다.

본래의 둔촌의 의미를 눈앞에서 지워버리고, 아주 멋들어진 뜻을 가진 가공의 둔촌을 만들어 냈던 겁니다.

그리고 멋진 둔촌의 의미가 나를 새롭게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에 취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정토회 송년법회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새해의 발원을 적는 종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름(법명)을 적는 란이 있었습니다. 저는 둔촌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의 새해의 발원에다가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도망치고 있는지 살피고 또 살피자.>
그때 순간적으로 이런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래, 달아날 둔, 촌스러울 촌, 바로 이 둔촌이 바로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정한 나의 아호다. 이러한 나의 모습으로부터 달아나서 아무리 멋진 모습의 가면을 쓴다고 그게 내 모습이 될 리가 없어. 그래 인정하자. 나는 항상 달아나는 촌스러운 촌놈이다.'

이렇게 인정을 하고나자 마음이 묘하게 편안하고 담담해졌습니다.

~~~~~~

오늘은 참 뜻 깊은 날입니다.
절기로는 동지이고, 그와 동시에
제가 사는 곳 근처에서 신영복 선생님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대중 속으로 녹아드는 하루...보내보려 합니다. (탈접동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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