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인터뷰 / 정년퇴임 앞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200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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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6-03-07
미디어 매일경제신문_이한나,김호영기자

신영복 교수 "남을 밟고 올라서면 사회가 무너지죠"


◆매경인터뷰 / 정년퇴임 앞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징역 20년을 포함해 주변에서 '이것을 해야 한다' 해서 쫓아다니다 정작 하고 싶 었던 일을 못하고 살았습니다.

부담없이 여행도 하고 순수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데 , 결국 '관계성' 때문에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65)가 올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학기를 맞은 신 교수를 지난 3일 남산 근처 크로스포 인트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8ㆍ15 특사로 가석방됐다.

마치 수형생활 20년을 빼버리기라도 한듯 신 교수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에 맑은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갇혀 있고, 세월은 혼자 흘러가는가 봅니다.

원래 군대나 학교, 교도소처럼 젊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잘 안 늙는 편입니다 ."

그는 최근 동양학과 우리 것이 각광받는 현상을 두고 근대사회 전망성에 대한 회의 가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신 교수는 "동양학 담론을 끌어내는 것은 그 시대 사상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를 재조명하고 유력한 관점을 얻기 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학은 목표지향성이 부족해 실천적 담론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여 럿이 함께 걸어가는 그 속에 길이 생겨나게 마련"이라며 "인생이란 무엇을 성취하 고 소유하기보다는 깨달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수감생활 중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200여 통을 묶어 88년 '감옥으로부터 의 사색'을 출간해 많은 이를 감동시켰다.



동양고전을 다룬 서적 '강의'를 출간하 며 우리 시대 살아있는 지성이자 최고 산문가로서 입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사회에서 심화된 빈부격차와 보수ㆍ진보 대립 등 갈등 양상에 대한 그의 생각 을 물었다.

신 교수는 "양극화는 박정희 정권 개발모델 자체가 재벌 중심 경제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배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중장기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가 세계화하고 선진국일수록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자본축적 방 식이 산업자본 시대에서 금융자본 시대로 옮겨 갔다"며 "금융자본은 생산과 관련없 는 초국가적 자본이란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의 정체성은 내가 만났던 사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규정된다'는 관계론으로 유명하다.

결과지상주의에 매달려 과정을 무시하거나 타인을 짓밟고 올 라서면 사회적 총합은 결국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속세와 무관해 보이던 신영복 교수는 최근 자기 시구와 서체를 딴 소주이름이 나오 면서 많은 오해를 샀다.

그의 자작시와 함께 지인에게 써주던 '처음처럼'이란 글귀는 95년 인사동 전시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좌우명이 됐다.

그는 "내 시에서 소주 이름을 생각해 낸 것은 일종의 '발견'이다.

초심을 잃고 살 기 쉬운 세상에서 편한 사람들과 만나 서민적인 소주를 들이켜며 이런 마음을 파급 시킬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신영복 교수 서체를 소주 브랜드로 개발한 손혜원 홍익대 교수는 감사 표시로 사재 5000만원을 보태서 성공회대에 장학기금 1억원을 기증했다.

신 교수는 89년 성공회대에서 첫 강의를 시작해 98년 사면복권된 후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이한나 기자 / 김호영 기자]

 

2006.03.07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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