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형수님께
담천(曇天)이라 아직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 없이 앉아서 땀만 흘리는 이곳의 여름이 몹시 부끄러운 것입니다만,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더라도, 새 손수건으로 먼저 창유리를 닦는 사람처럼, 무심한 일상사 하나라도 자못 맑은 정성으로 대한다면 훌륭한 '일'이란 우리의 징심(澄心)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형님께서도 어려움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어려운 때 더욱 지혜로워야 한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1980.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