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센 태풍이 오던 그 날 둘째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에 온 둘째 덕분에 산후조리원과 집을 오가면서 첫째와 둘째를 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덕담을 들으면서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
하지만 사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네요.
아이가 자라면서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면 좋을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가만히 되짚어 보는 날들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때도 느낀 것이지만
아이 한 명이 태어나려면 우리 사회에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지요.
병원 입원비를 비롯해서 각종 아이 검사료 게다가 불가피하게 산후조리원을 찾을 경우까지... 등등
(참고로 서울시내 평균 산후조리원 비용이 2주 기준으로 210만원 이더군요~)
더불어 출산과 함께 육아업계의 공격적 마케팅도 산부인과와 조리원에서 활발히 펼쳐지는 현실도
그저 자본이 우리 시대 삶의 풍경을 이렇게 바꿔나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네요.
이런 여건을 알면서도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는 것인지 그저 궁금했답니다.
어제 식사를 위해 잠시 산후조리원 근처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는데...
앞자리에 앉은 두 딸과 식사를 하는 아빠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아빠에게 지금처럼 함께 못살면 '나 삐뚤어질 거야!' 라고 투정을 하는 아이들과
그래도 넉넉히 아이들을 달래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의 대화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듣게 된 대화를 통해
사실 이 집은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이었고,
초등학생 또래 두 자매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그 동안 못한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나누기 위해 애를 쓰다가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워 계속 그런 투정 아닌 투정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 TV 뉴스에서는 자녀 문제로 최근 물의를 일으킨 외교부 장관 사임 소식이 나오더군요.
고위직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박하게 같은 집에 사는 것이 아이들 꿈인데...
그 꿈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밥을 먹고 조리원에 돌아와서 신생아실의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와 힘겨운 산고를 헤치고 드넓은 세상으로 나온 저마다의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벽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말 그대로 희망을 몸소 느끼며 자라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