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초여름, 전주 수목원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온실이 있는데 여러가지 선인장 종류와
아열대 식물이 심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 출입구를 장식하기 위해 심어진
아주 붉은 꽃잎이 3장씩 모아져서 하나의 꽃을 감싸는...
부겐베리아를 보았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ㅎㅎ...글단풍 본능)
그 꽃잎을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려면..아무도 모르게 그 꽃잎을 따야합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고
어딘가에서 카메라 촬영이 가능한 곳이기에
과연 내가 이 일을 해야하나...잠시 망설였지만.
뭐 어때 몇장 따는 건데..라는 생각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사실은 그 꽃잎을 말려보고 싶었어요
저 색이 과연 그대로 있을까.
그런 것이 궁금했던거죠.
나는 두개를 따서 (아무도 모르게)
온실 밖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장한장 행여 상처 날까 조심하며 펼쳐서 3장씩6개를 만든 뒤
책갈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10일 정도 기다리며 몇번을 열어 보았습니다.
내 느낌처럼 그 색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색감이 독특한 느낌을 줬어요.
진하면서도 맑은....간절하면서도 고슬고슬한...
그 꽃잎을 어떤 시와 만나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험을 또 하게되죠.
문정희 시인의 '순간'이란 시와 만나게 됩니다.
문정희시인의 '순간'은 두연으로 되어 있는데
두번째 연을 저 꽃잎과 만나게 하면 서로간의 느낌으로 아주 잘된 글단풍 하나가 나올 것 같았죠
그런데..문제는 부겐베리아가 6장 뿐이라는 겁니다.
수목원에 가서 다시 몰래 도둑질하듯..(사실 도둑질임)
몰래 꽃을 3개 정도 더 땄습니다.(그럼 잎이 9개 나옵니다.)
그리고 말라가는 꽃잎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몰래 딸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목원에서도 사라졌습니다.
내년 봄이 되면 다시 도둑질을 해야하나...
그런 고민을 잠시 갖고 다녔습니다.
그 뒤로 잊었습니다.
아무리 뜨겁게 다가와도..시간이 지나면 슬슬 잊혀 집니다.
그런데 어제..점심시간에
뭐라도 먹어야 겠기에 학원 옆 시장을 걸어가는데
늘 다니면서 유심히 보는 꽃집에
부겐베리아가 그 독특한 꽃잎을 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아니 나는 놀라워서.다가가
저......화분이 얼마나 합니까..?
네 8천원입니다.
저게 아직도 저렇게...달려있네요..
네 지금 시들고 있어요, 제가 조금 싸게 해드릴께요.
6천만 주세요....
네...(가격을 깍을 생각은 없었는데..자발적으로 깍아주니..)
나는 인연의 긴 길을 따라..나에게 온 듯한 느낌으로
그 작은 부겐베리아와 (길이 50센티정도)
만났습니다.
어린왕자를 사막에서 만난 비행사처럼.
사라졌던 독특한 감정을 살려주듯...
내안에 너무도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없어져 버린
새로운 색감의 크레파스 하나를
내 손에 쥐어 주듯...
그렇게 부겐베리아가..
어제 나에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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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이런 묘한일이 다가왔습니다.
당신에겐 어떤 묘한 일이.다가왔나요..?
나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