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도하진 않았는데, 제게 인사를 건네신 분들 뵈니,
어쩔 수 없이 입술끝이 귀쪽으로 가네요.
"언닌, 모두모임 개근상 놓친거야"라고 은하나무가 놀리는데,
저도 무쟈게 안타깝습니다. 하필 한살림 20주년 행사가 주말에 몰려서요.
예전에 "나이 든다고 시간이 천천히 갈 줄 아느냐. 20대는 시속 20km 30대는
30km..., 이렇게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빨리 간다"고 하시던 선배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서로를 나무라 부르는, 우리들이 참 정겹기도 하고
나무의 본 모습에 비해 볼때 어쩌면 '오만한 말장난'인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추석 연휴때 정숙이랑 필리핀의 지인을 찾아갔었는데요,
그 필리핀 네그로스섬 두마게띠란 곳에는 Tree Avenue라 이름직한 길이 있더군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싯구절 하나하나가 차례차례 자리하고 있는 겁니다.
누구의 발상인지, 참 낭만적이죠?
물론 인적 그리 많지 않은 그 길엔, 나무들이 참 많지요.
언젠가 멈춰서서 싯구절 하나하나 좀 받아 적어두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볼까 싶기도 했고)
어쨌든 다행히 전문을 구했습니다.
해석은 어림짐작만 하는 형편이었는데,
'나무'를 아이디로 쓰시곤 하는 영문과 선생님께 부탁해
번역본을 구했습니다^^.
나무란, 이런 존재들이란 말이죠....
언제나 그렇듯, 늘 나무를 닮으려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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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as lovely as a tree.
a tree whose hungry nouth
is pressed against the earth's
sweet flowing breast; a tree, who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a tree that may in
summer earn, a nest of robbins in her hair,
upon whose bos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poem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나무
나는
생각하네
나무만큼 사랑스러운
시는 결코 볼 수 없으리라.
나무는 허기진 입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누르네.
나무는, 하루 종일 신을 바라보며,
잎이 우거진 양팔을 들고 기도를 올리네.
나무는, 여름에는 머리카락 속에 로빈새 둥지를 품고
가슴에는 흰눈을 품고
친근하게
비와 함께 산다네;
나같은 바보들은 시를
만들지만
나무는
오직 신만이 만드신다네.
Trees / Joyce Kilmer